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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자 홀’의 주인공 정영자 동문 “종오약국 덕분에 나눔 실천…인생 전부이자 축복이죠”

    조회수 : 409 작성자 : 발전협력팀 관리자 작성일 : 202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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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자 동문(약학 65졸) 인터뷰

    지난해 6월 프라임관 1층 로비에 마련돼 학생들의 안락한 쉼터가 된 '정영자 홀'. 근 30년 동안 한결같은 기부로 후배 사랑을 전한 정영자 동문(약학 65졸)의 뜻을 기리기 위한 공간이다.

    이곳의 주인공인 정영자 동문이 학교에 기부한 누적 금액은 무려 30억원. 나눔이 가장 큰 기쁨이라는 그는 숙명여대 후배들에게도 "사회에 많이 베풀었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전했다.

    1965년부터 약 50년간 약국을 운영하면서 나누는 삶을 살아온 정 동문의 인생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들어봤다.

    1. 동문님이 약학부에 진학하고, 약사가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사실 진학할 당시에는 큰 이유는 없었습니다. 미술, 음악과 같은 예체능에 특별한 재능이 있지 않았고, 약학과가 교육 수준이 높은 데다 사회에 나와 할 일이 많을 것 같아 선택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하면 지금의 나눔을 실천할 수 있게 해준 좋은 선택이었네요.

    2. 서울 종로5가에서 약 50년간 운영한 종오약국을 그만둘 때 여러 감정이 드셨을 것 같습니다. 종오약국은 동문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종오약국은 정말 제 인생의 전부였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뒤 바로 종오약국을 개업한 남편과 결혼했는데, 1~2년 후 남편이 제약회사를 차렸어요. 자연스레 제가 50년간 여러 직원을 데리고 열심히 약국을 운영했습니다. 저는 약국에서 돈을 벌었고, 사랑을 배웠고, 세상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이렇게 약국이 잘 된 덕분에 후원하는 장학생을 늘려갈 수 있었고, 2015년에는 국민추천포상 대통령 표창도 받았습니다. 약국은 제게 정말 축복 같은 존재였습니다.

    3. 약사의 가장 큰 매력은 손님의 마음을 깊이 알게 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어요. 동문님은 어떤 약사였나요?

    저는 손님들을 지극정성으로 대했습니다. 단순히 약을 사고파는 관계가 아니라 마음을 다해 소통하고 지냈어요. 손님들의 결혼식, 돌잔치, 상가 등 경조사에 참석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손님 중에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인연이 많아요. 가끔은 그때 인연이 있던 분들을 집으로 모셔서 식사하기도 합니다. 손님들 덕분에 제가 약국을 잘 운영해 이렇게 기여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늘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4. 모교인 숙명여대를 포함해 여러 곳에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데, 어떻게 나눔을 시작하셨나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하니 ‘어떻게 하면 모교를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었어요. 그 당시 숙명여대 약학과에 장애가 있는 학생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 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등록금을 후원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기부금이 조금씩 크고 다양해지면서 이렇게 지금까지 학교에 발전기금을 내고 있습니다. 남에게 폐 끼치지 않을 정도로만 돈을 남겨 두고, 모교 이외에도 그때그때 도움이 필요한 곳에 망설임 없이 나누고 있습니다.

    5. 나눔을 대하는 동문님의 철학이 있나요?

    김남조 시인의 ‘너를 위하여’라는 시의 이 구절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 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 /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

    저는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요. 이미 준 것은 다 잊어버리고 앞으로 줄 것만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6. 동문님은 늘 자신보다 주위를 살피고 도움을 주고자 하셨던 어머니의 모습에 크게 영향을 받았고, 자제분 또한 대를 이어 나눔의 뜻을 함께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집안에 전해 내려오는 가훈이나 가르침이 있나요?

    친정어머니는 밥 굶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밥까지 나누어 줄 정도로 인정이 많으신 훌륭한 분이었습니다. 저 또한 돈이 생기면 사치에 욕심부리기보다 주변에 나누는 것이 훨씬 행복했습니다. 이러한 제 모습을 보고 자라온 아들 또한 자연스레 나눔의 가치를 크게 여겨 저와 뜻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큰 목표는 없지만, 남은 것을 어떻게 좋은 곳에 쓸 수 있을지 고민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7. 동문님에게 나눔을 받은 분들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면 좋을까요?

    우선 돈이 있더라도 베풀 수 없다면 의미가 없을 텐데 받아줘서 고맙습니다. 가끔은 그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것을 보며, 제가 돈을 주는 것은 그에 비해 너무 편하고 쉬운 일인 것처럼 느껴져 가슴 아플 때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저에게 다시 연락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서운하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제는 전화하기에 쑥스럽기도 하고 바쁘다는 것을 알기에 충분히 이해합니다. 제게 감사함을 표현하기보다 그 경험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나눔을 실천하는 계기가 된다면 행복합니다.

    8. 동문님이 다니던 시절의 숙명여대와 지금의 숙명여대가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학교가 굉장히 커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예전에는 학교가 나무 복도였어요. 순헌관은 거의 나무집 같았죠. 강의실은 얼마나 추웠는지 너무 열악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이 근방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매번 운동화와 청바지 차림으로 학교에 갔던 기억이 있네요. 돈도 별로 없어서 도시락에 단무지와 햄만 싸와서 먹었어요. 운동화 밑창이 떨어졌을 때는 본드칠도 제대로 못 해서 검정 고무줄로 묶어서 신고 다녔죠. 이렇게 발전된 학교에 올 때마다 저는 정말 흐뭇하고 행복합니다.

    9. 숙명여대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숙명여대 학생들이 사회에 많이 베풀었으면 좋겠어요. 그건 누가 부탁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느껴야 하는 것이에요. 우리 후배들이 ‘잘 되어서 학교에 돈을 많이 기부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그 꿈은 꼭 이루어질 거예요.

    저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에 온 정신을 쓰고, 꾸준히 노력하면 95%가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후학들은 영리하니까 저처럼 나중에 잘 되어서 나눔을 하는 것, 그게 제일 좋은 것이고 제가 바라는 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돈도 나누고, 사랑도 나누고, 국가까지 도와주는 우리 숙명여대 학생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10.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숙명여대에 방문할 때마다 캠퍼스도 아름다워지고, 학생들도 수준도 높아지는 것 같아 더 이상 소원이 없네요. 우리 학교가 지금보다 더 성장해서 명맥이 이어졌으면 합니다. 저는 학교를 너무 사랑해서 항상 보고 싶고, 보고 있어도, 또 보고 싶어요. 학생분들도 앞으로 뭐든 제대로 사랑해 보세요. 사랑은 거창한 것이 아니고 따뜻한 점심 한 끼를 나누는 것과 같은 작은 것이니까요.


    취재: 숙명통신원 22기 임세린(의류학과 21), 23기 윤지원(테슬전공 22)
    정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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