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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각장애인을 보면 모두 한 가족 같아요” 강영우장학재단 이사장 석경숙 동문

    조회수 : 315 작성자 : 발전협력팀 관리자 작성일 : 2024.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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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영우장학재단 이사장 석경숙 동문(교육 72졸)


    시각장애인을 위한 삶을 살아온 석경숙 동문(교육 72졸)은 대학교 1학년 걸스카우트에서 시각 장애인 소년 '강영우'를 만났다. 처음엔 어린 동생으로 보이던 그는 결국 인생의 동반자가 됐고, 교사를 꿈꾸던 석경숙 동문의 인생도 송두리째 바뀌었다.부부의 연을 맺은 그들은 졸업 후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석 동문은 시각장애 순회 교사로, 남편은 한국 최초의 시각장애인 박사로 평생 남을 위해 헌신했다.석경숙 동문은 은퇴 후 남편의 이름을 딴 ‘강영우장학재단’을 설립, 현재까지 약100명의 시각장애인 학생을 지원하고 있다. 2022년에는 우리 대학 시각장애인 학생을 위해 장학금 1억원을 기부할 정도로 모교 사랑도 남다르다.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석경숙 동문의 따뜻한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담아보았다.


    1. 우리 대학 영문과로 입학해 교육과를 졸업하셨어요. 처음 교사를 꿈꾼 이유가 있나요?

    저의 선친 석도명 선생님은 평생을 체육 교사로 지내면서 훈육주임을 겸하셨어요. 그래서 6·25이후 어려움에 부닥친 학생들을 개인적으로 많이 도와주시는 것을 보고 자랐습니다. 중학생 때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 초등학교의 창시자 페스탈로치 선생님이었는데요. 그 분처럼 훌륭한 교사가 되고 싶어서 을지로5가 서울사대 부속고등학교(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설고등학교)에 입학해서 꿈을 키워갔어요.

    그후 막내 고모가 다니셨던 숙명여대 영문과에 입학해서 처음에는 영어 선생을 하고 싶었는데, 대학교1학년 때 자원봉사로 남편을 만나면서 시각장애 학생을 지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지요.그래서 펜실베이니아주 교육청에서 제공하는 시각장애인 교사 연수를 1967년부터 1년간 받고 돌아왔습니다.


    2. 대학생 때 남편분을 만난 자원봉사는 어떤 기회로 가게 됐나요?

    1961년 5월, 숙명여대 학생 중 기독교인 친구들과 함께 올바른 여성을 배출한다는 걸스카우트 정신을 중고등학생들에게 지도하는 지도자 훈련이 있었어요. 우리를 지도하시는 권순귀 선생께서 그날, 축구하다가 공에 눈을 맞아 시력을 잃고 서울 맹학교 중학교에 입학한 학생을 초청하셨어요. 그리고‘너희들의 용돈을 절약해서 이 학생 학비를 돕고 시력을 통해 책을 읽어주는 봉사를 하라’고 권면하셨지요.

    난생 처음 만나보는 소년이 중학생 교복을 입고 있으니 4~5살은 어린 동생으로 생각했는데, 그날 그 소년을 버스 정류장으로 안내하는 일을 자청했습니다. 그 후 1년을 자원봉사자로, 6년을 오누이로 친동생같이 보살펴 줬습니다. 그 소년이 제 남편이 된 ‘강영우’였어요. 숙명여대에 갔기에 좋은 친구를 만나 걸스카우트 지도자 훈련을 받았고, 인생의 동반자가 될 강영우 씨를 만나게 됐지요.


    3. 시각장애인 교사로 28년간 봉직하셨는데, 시각장애인 교사가 된 과정을 소개해주세요.

    강영우 소년의 안과 주치의였던 성모병원 안과 과장, 구본술 박사님이 저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정부 시각장애 국장에게 추천했어요. 1년간 미국에서 혼자 시각장애인 기관, 학교 등을 견학하고 한국에 돌아온 뒤 연세대 1학년이었던 강영우 소년과 약혼하고 3년을 기다려 결혼했어요. 1976년 남편이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첫 직장을 인디애나주 교육청에서 일하게 되자 저도 인디애나주 개리시에서 보행 교사로 취직했고 28년간 교직 생활을 한 후 은퇴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어느 나라 사람이건 시각장애인을 보면 모두 한 가족 같습니다.


    4. ‘강영우 장학재단’ 이사장을 맡으면서 꾸준히 기부활동을 이어오셨는데요. 재단을 설립하신 이유와 그 뜻이 궁금합니다.

    제 남편인 고 강영우 박사님도 서울 맹학교 시절부터 부모 없이 고아로 지냈지만, 많은 분의 도움으로 연세대,미국 유학 과정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성공한 뒤에는 그 보답으로 사회에 큰 도움을 주는 일을 했어요. 본인이 시력을 잃고도 공부하고자 하는 다른 학생을 도운 것에 보람이 있다고 생각했지요. 저 자신도 시각장애 학생을 28년간 지도해왔기에 조금만 격려하고 도와주면 장애를 극복하고 주류사회에 통합돼 함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믿어서 재단을 설립했습니다. 현재까지 시각장애 학생 100여명을 도왔고, 2022년에는 우리 모교에 재학하는 시각장애 학생을 돕고자 장학기금 1억원을 보냈습니다.


    5. 평생 시각장애인의 인권 증진, 자립 지원을 통한 인재 양성에 앞장서고 계십니다. 장애가 있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장애는 누구에게나 언제나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고 강영우 박사도 13살 때 시력을 잃고, 절망과 좌절 속에서 열심히 노력한 끝에 한국 장애인 최초로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UN에서 장애인 인권과 평등사회를 위해 일했고 미국 백악관 정책 차관보, 루스벨트 재단 고문도 지냈습니다. 한국에서는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들께 복지, 교육 정책을 건의해 오늘날에는 장애 학생들이 일반 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게 됐습니다. 요즘은 컴퓨터 같은 각종 기기가 개발돼 장애를 극복하기가 좀 수월해졌지요. 한 가지 잃은 것에 집착하지 말고 내가 받은 것을 감사해하며 나는 무엇이나 성취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세요.


    6. 2018년 미주 한인재단에서 ‘자랑스러운 미주 한인상’을 수상할 때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워싱턴 지역 버지니아, 메릴랜드 한인 여성을 모아 ‘아름다운 여인들의 모임’을 창설해 10년간 회장을 하면서 100여 명의 회원과 함께 미국 양로원 두 곳을 매달 방문해 위문 활동을 했어요. 메시아 한인 시니어 평생교육원에서는 수요일마다 크로마하프 초급반을 지도해 미국 대통령 봉사상도 받았습니다.

    1995년 한국MBC에서 우리 내외의 삶을 담은 영화 ‘눈먼 새의 노래’가 UN을 통해 온 세상에 소개됐고, 제가 쓴 책 "어둠을 비추는 한 쌍의 촛불", "나는 그대의 지팡이,그대는 나의 등대", "해피라이프" 등이 한인 사회에 알려졌어요. 이 덕분에 한미문화재단에서 장한 어머니상, 신사임당상 등을 받았고, 자랑스러운 미주 한인상까지 받게 됐지요.


    7. ‘해피라이프’처럼 행복에 관한 책을 쓰셨는데, 행복에 관한 동문님의 철학과 신념이 궁금합니다.

    행복은 주관적입니다. 누구와 비교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받은 것에 감사하면 마음 깊은 곳부터 행복한 미소가 얼굴에 나타나지요.

    지난 50년, 바쁘게 달려왔습니다. 맹인 남편을 피츠버그 대학원 강의실로 매일 안내하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육성으로 녹음하고, 다음 강의실로 또 안내하고, 그날 수업을 마치면 아파트로 걸어와서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손 구루마(수레)를 끌어 식료품 가게에 가고, 언덕길을 오르기가 힘드니 남편이 함께 끌어주었던 이 모든 것이 즐거웠습니다.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선진화된 미국 교육, 복지 정책을 한국에 소개하고 싶었지만, 그 시절 맹인이라는 편견 탓에 한국에서 취직 기회를 얻지 못해 실망하고 힘들기도 했어요. 결국 미국에서 직장을 구하고 이민자로 정착한 추억도 있어요.

    행복의 핵심은 보람에 있습니다. 그럼, 보람은 무엇일까요? 나는 가치 있는 것,의미 있는 일을 성취했을 때 느끼는 흐뭇한 정신적 만족감이라고 믿습니다.


    8. 동문님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2024년 5월29일이 되면 만82세입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올해 12개월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특별히 시각장애를 가진 청년들이 꿈과 희망을 품고 전진하도록 많이 후원하고 싶어요. 우리 숙명여대에 재학하는 시각장애 학생들이 꿈을 성취해 대한민국의 유능한 인재가 되기를 기원합니다.또, 2022년 시니어 탁구 협회가 주최한 80세 이상 그룹 대회에 출전해 금메달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출전할 예정입니다. 오는 4월12일 워싱턴에서 11회 미주 숙명여대 총동문회도 개최합니다. 모든 일정이 잘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9. 모교인 숙명여대에 꾸준히 기부활동을 펼치며, 후배 사랑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계십니다.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나이로는 손녀뻘 되는 후배들에게 할머니의 사랑을 전합니다. 나의 첫 손녀가 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라 같은 또래인 여러분을 정말 가족처럼 느낍니다. 우리 숙명여대의 건학이념 ‘정숙,현명,정대’를 가슴에 품고 현대 세계가 필요로 하는 여성 지도자의 꿈에 도전하세요. 이제는 훌륭한 여성이 모든 분야에 건전한 세상을 건설해야 합니다.

    우리의 모교 숙명여대는 한국 최초 민족여성사학으로 순헌황귀비님이 세웠습니다. 그 은덕을 잊지 말고 그 얼과 정신을 이어가기를 기원합니다. 우리의 청년기 꿈을 키운 모교를 늘 자랑하고 사랑해 모교 발전에 한마음으로 동참합시다.


    취재: 숙명통신원 22기 김규나(홍보광고학과 21), 김선형(정치외교학과 22)
    정리: 커뮤니케이션팀
    출처: SM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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